서지우 | 기자 작성일 2026년 09월 24일

아폴론은 라만 분광 기술을 활용해 피부에 센서를 삽입하지 않고 혈당을 측정하는 비침습 연속혈당측정기(CGM)를 개발하고 있다. (자료 제공: 아폴론)
바늘 없는 연속혈당측정기(CGM)를 개발하는 아폴론(대표 홍아람)이 5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번 라운드는 시리즈A의 일환으로 SBI인베스트먼트가 리드했고, 네이버와 국내 유통 파트너인 대웅이 전략적 투자자로 이름을 올렸다. 신용보증기금과 미래과학기술지주도 함께 참여했다.
아폴론에 따르면 지분투자와 정부 연구개발(R&D) 지원 등을 통해 회사가 지금까지 확보한 누적 자금은 100억원을 넘는다. 이번에 들어온 투자금은 미국 조슬린 당뇨센터에서 진행할 환자 대상 임상 타당성 연구와 미국 식품의약국(FDA) 사전 협의(Pre-Submission) 절차에 집중적으로 투입된다.
피부를 찌르지 않고 빛으로 읽는 혈당
현재 시장에 나와 있는 연속혈당측정기는 피부에 미세한 센서를 삽입한 뒤 세포 사이의 체액에서 포도당 농도를 읽어내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센서를 주기적으로 교체해야 하고, 삽입 부위에 자극이나 통증이 남는다는 점이 사용자 입장에서는 부담으로 작용해 왔다.
아폴론이 택한 접근은 이 삽입 과정 자체를 없애는 쪽이다. 회사는 라만 분광 기술을 기반으로 피부 위에서 혈당을 측정하는 기기를 개발하고 있다. 피부에 빛을 조사한 뒤 되돌아오는 스펙트럼 가운데 포도당 고유의 특정 파장대역 신호만 선별해 혈당값으로 환산하는 원리다.
기술의 관건은 크기였다. 아폴론은 전체 스펙트럼을 통째로 분석하는 대신 필요한 신호에만 집중하는 방식을 택해 광학 부품 수를 줄이면서도 측정 민감도는 유지하는 기술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현재 기기 크기를 휴대전화 절반 수준까지 줄였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특허 54건 출원, 21건 등록
지식재산권 확보 작업도 나란히 진행 중이다. 회사에 따르면 미국을 중심으로 특허 54건을 출원해 이 가운데 21건을 등록했으며, 미국 등록 특허는 17건이다. 비침습 혈당 측정은 수십 년간 여러 기업이 도전했다가 정확도 벽에 부딪혀 물러선 영역인 만큼, 특허 포트폴리오는 기술 방어선인 동시에 협력 파트너를 끌어들이는 지렛대 역할을 한다.
조슬린 당뇨센터서 환자 대상 연구…FDA De Novo 준비
아폴론은 MIT 레이저생의학연구센터와 공동 임상 연구를 진행해 왔으며, 관련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Journal of Diabetes Science and Technology' 등에 게재했다. 다만 이러한 연구 결과와 향후 실제 제품의 임상 성능, 허가 여부는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이번 투자 이후 회사는 미국에서 환자 대상 검증 범위를 넓힌다. 하버드 의대 부속 조슬린 당뇨센터에서 다양한 배경의 당뇨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타당성 연구를 수행하고, 그 데이터를 FDA 신의료기기(De Novo) 허가 전략 수립에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매사추세츠주 정부의 MeHI 프로그램에도 선정돼 임상 비용 일부를 지원받는다.
조슬린 당뇨센터는 당뇨 연구·진료 분야에서 오랜 업력을 쌓아온 하버드 의대 부속 기관으로, 이곳에서 나온 임상 데이터는 미국 규제 절차와 이후 상업화 논의 과정에서 설득력 있는 근거로 쓰인다. 아폴론이 국내가 아닌 미국 임상에 투자금을 우선 배정한 배경이다.
보스턴 법인과 현지 네트워크
아폴론은 2023년 미국 보스턴에 현지 법인을 설립했고, 매스챌린지(MassChallenge) 프로그램에도 참여했다. 지난 7월에는 하버드 의대 교수이자 조슬린 당뇨센터 디렉터인 메다 문시 박사와, 당뇨기기 분야에서 창업·매각 경험을 보유한 로런스 앨버츠 전 보스턴컨설팅 대표를 자문위원으로 영입했다. 회사는 아날로그 디바이스, 오우라 등과도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아람 아폴론 대표는 "미국에서 임상과 특허, 파트너십으로 검증을 먼저 쌓았고 그 결과가 국내 투자로 이어졌다"며 "조슬린 임상과 FDA 사전 협의를 마치면 미국 시장에서 다시 평가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생의학과 정밀공학에 우리나라 우수 인재가 집중돼 있어 가장 경쟁력 있는 비침습 CGM 상용화 기술은 한국에서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커지는 CGM 시장, 비침습이 남긴 빈칸
연속혈당측정기 시장은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빠르게 몸집을 불린 디지털 헬스케어 영역 가운데 하나다. 시장조사 기관들은 글로벌 CGM 시장 규모가 2025년 137억 6000만 달러에서 2026년 157억 7000만 달러 수준으로 확대되고, 2031년에는 318억 30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본다. 2026년부터 2031년까지의 연평균 성장률(CAGR)은 15%대로 추산된다. 센서 소형화, 보험 적용 범위 확대, 그리고 질환 관리를 넘어선 일상 건강관리 수요가 맞물린 결과다.
그럼에도 시장을 주도하는 제품들은 여전히 피부 삽입형이다. 바늘을 완전히 걷어낸 연속 측정 기기는 아직 상용화 사례가 없다시피 하다. 광학 방식은 피부 두께나 색소, 땀, 온도 같은 변수에 신호가 흔들리기 쉬워 정확도를 임상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일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아폴론이 노리는 지점도 바로 이 빈칸이다.
국내 수요 기반도 작지 않다. 대한당뇨병학회 자료에 따르면 국내 30세 이상 성인 당뇨병 환자는 600만 명을 넘어섰고, 당뇨병 고위험군인 당뇨병전단계 인구까지 포함하면 관리 대상은 2000만 명에 육박한다. 질병관리청 집계로는 2023년 기준 19세 이상 성인 당뇨병 유병률이 9.4%다. 30~40대 환자 비중이 높아지는 흐름도 뚜렷해, 일상에서 거부감 없이 착용할 수 있는 측정 기기에 대한 요구는 계속 커지는 추세다.
재무적 투자자와 전략적 투자자가 함께 들어왔다
이번 라운드의 구성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리드 투자자인 SBI인베스트먼트가 라운드의 무게중심을 잡았고, 여기에 네이버와 대웅이 전략적 투자자(SI)로 참여했다. 대웅은 아폴론의 국내 유통 파트너이기도 하다. 재무적 투자자만으로 채워진 라운드와 달리, 제품이 시장에 나왔을 때 실제로 맞물려 돌아갈 파트너가 주주 명부에 함께 오른 구조다.
여기에 신용보증기금과 미래과학기술지주가 더해졌다. 정책금융과 기술지주 계열 자금이 초기 의료기기 기업의 장기 개발 구간을 받쳐주는 전형적인 조합이다. 의료기기는 허가 절차가 길고 임상 비용이 선행되는 산업 특성상, 매출이 발생하기 전까지 자금 조달 경로를 다변화해 두는 일이 상용화의 실질적인 변수로 작용한다.
기업 소개
아폴론은 2021년 서울에서 설립된 의료기기 스타트업으로, 라만 분광 기반 비침습 연속혈당측정기를 개발하고 있다. 서울 본사 외에 국내 의료기기 클러스터인 오송과 미국 보스턴에 거점을 두고 있다. 개발 중인 비침습 CGM 기기는 '모글루(Moglu)'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으며, CES 2025에서 디지털 헬스 부문 혁신상 수상작으로 선정된 바 있다.
회사는 MIT 레이저생의학연구센터와의 공동 연구를 축으로 기술 검증을 쌓아 왔고, 이번 시리즈A를 계기로 미국 임상과 규제 대응에 자원을 집중한다. 네이버와 대웅이 전략적 투자자로 합류하면서 데이터·유통 측면의 협업 가능성도 함께 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